교육정책포럼 통권 제398호(2026년 8월호) · 현안문제진단
교권이란 무엇인가? 개념의 재정립과 사회적 합의
김혜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서론
지난 3년간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는 빠르게 정비되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가 신설되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동법 제20조의6에 의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이 금지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교원 대상 아동학대 사안에 교육감의 의견을 제출하도록 제도화되었고,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피해교원을 위한 보호조치가 한층 강화되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으며, 제도적 보완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서적 학대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여 교원의 교육활동 전반이 위축된다며 관련 법의 개정을 거듭 요구하고 있고(김문경, 2026.7.15.), 다른 한편으로는 교원의 면책 범위가 확대되면 오히려 학부모가 학교와 소통할 통로를 잃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 개정이 될수록 갈등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러한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호하겠다는 대상인 ‘교권’이 무엇인지 합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령에서 교권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교육공무원법」 제43조제1항이 유일한데, “교권(敎權)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선언만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오히려 구체적인 정의는 일부 시도교육청 조례에서 확인되는데, 교원의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교육권부터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이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까지 그 범위가 제각각이다. 상위 법률이 채우지 못한 자리를 자치법규와 개별 정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채워온 결과이다.
보호의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채 보호의 수단만 정교해지면, 각 주체는 서로 다른 것을 지키고 있다고 믿으면서 같은 제도를 두고 다투게 된다. 교권 개념을 정립하는 것은 이론적, 학술적 관심사를 넘어 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인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교권 개념에 관한 그간의 논의를 검토하고, 교육 주체별 인식의 차이를 확인한 뒤, 사회적 합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교권 개념 논의
교권에 관한 논의가 짧았던 것은 아니다. 초기 논의는 교권을 권위와 권리로 나누어 보았다. 박준희(1983)는 교직자로서의 사회적·정신적 권위와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구분하였고, 곽영우(1985)는 이러한 구분을 수용하면서 권리로서의 교권을 전문성, 공공성, 노동자성의 세 측면으로 구체화하여 교원이 전문가이자 공직자이며 동시에 노동자라는 점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강조하였다. 이후 고전(2012)은 권리와 권위를 함께 포괄하는 정의를 제시하였고, 김정래(2014)는 협의, 광의, 최광의의 세 수준으로 나누어 신분보장과 노동조건 등 사회경제적 권리까지 포함하는 가장 넓은 범위를 최광의의 교권으로 규정하였다.
이처럼 교권의 개념은 학술적 논의를 통해 확장되어 왔으나, 문제는 넓어진 개념이 정돈되지 않은 채 권리, 권한, 권위라는 성격이 다른 용어가 뒤섞여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권리는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으로서 공권, 사권, 사회권으로 설명할 수 있고, 권한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의 권리와 권력이 미치는 범위”로 정의된다. 권위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으로서,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교권 실추’나 ‘교권 추락’에서의 교권은 권위를 뜻하는 반면, ‘교권 침해’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나 권한의 침해를 가리킨다. 교권 실추를 이유로 법령을 개정하는 일은, 사회적 인정과 위신인 권위를 법으로 세우려는 시도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교권은 최소한 세 축으로 나누어 개념적 정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한으로서의 교권은 교사의 교육권으로 수업권, 평가권, 생활지도권 등 직무상의 자격이다. 권위로서의 교권은 교사의 전문성에서 발현되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인정받는 영향력이며, 권리로서의 교권은 교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고 권위를 인정받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서 신분, 사회경제적 지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의미한다. 세 축은 성격이 다르므로 보호하는 방식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교사의 수업권을 학부모로부터 신탁받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것으로 본 것처럼(헌재 1992. 11. 12. 89헌마88), 교권을 학생 교육권의 실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전제하면 교사의 권한, 권리, 권위는 모두 학생 교육의 수단이라는 좁은 자리에 놓인다. 이 전제는 교사의 자율성보다 책무성을 강조하고, 타자에 의해 규제된 전문성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으며, 교사의 주체성이나 자율성, 전문성 등을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학생 교육권과 교사의 교권(교육권) 간의 관계는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의 변화, 교육환경 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사회의 각 구성원이 갖고 있는 교권에 대한 인식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교권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사회 구성원이 교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동엽 외(2024)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교권 개념의 세 축인 권한, 권리, 권위로서의 교권에 동의하는 정도와 실제 현황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였다.
[그림 1]을 보면, 교권 개념의 세 축(9개 문항)에 대한 동의 수준은 높지만, 실행되는 정도에 대한 인식은 낮다. 생활지도권(교사가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적절하게 훈육할 수 있는 권한)은 86.5%가 개념에 동의하지만, 잘 행사되고 있다는 응답은 18.1%에 그치고 있다. 전문적 권위(교사의 전문성을 학생과 학부모가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의 개념에는 86.8%가 동의하지만, 존중된다는 점에는 21.2%만이 동의하였다. 예외적으로 생활보장권(교사가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우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은 개념에 대한 동의 정도가 42.2%에 그쳤다. 교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우대는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에 명시된 사항이지만 그것이 교권의 내용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로서의 교권에 관한 주체별 인식을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확인된다([그림 2] 참고). 생활보장권, 신분보장권(교사가 신분을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는 권리), 노동권(교사가 노동자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권리)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교사 집단에서 가장 낮았다. 생활보장권은 10.2%, 노동권은 14.5%로, 같은 문항에 대한 학생 집단의 30.3%, 49.9%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교사 집단의 인식은 학교급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그림 3] 참고). 초등교사는 권리로서의 교권에 관한 3개 문항의 개념에는 크게 동의하지만, 보장에 대한 인식은 가장 낮았다. 생활보장권은 3.74점에서 2.09점으로, 신분보장권은 4.39점에서 2.48점으로, 노동권은 4.17점에서 2.21점으로 떨어져 차이가 1.65~1.96점에 이른다. 중·고등학교 교사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초등학교의 근무여건과 상황이 교사의 권리 인식에 다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결과는 두 층위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을 교권이라 부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국민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동의하고 있다. 합의되지 않은 것은 그 교권이 실제로 무엇을, 어디까지 보장하는가이다. 개념에 대한 동의와 실행에 대한 인식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차이는 교권의 당사자인 교사에게서, 특히 초등교사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각 주체가 자신이 이해한 교권을 기준으로 보호 법령과 제도를 판단하게 되므로, 제도가 정비될수록 체감도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
첫째, 사회 구성원이 합의하는 교권의 개념을 상위 법령에 명시하고, 보호하고 회복하려는 교권이 무엇인지 공통의 합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어떤 방향으로 개념을 세울 것인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교권을 학생 교육권 실현의 수단으로만 규정하면, 교사의 주체성과 자율성은 법과 제도에서 인정받을 근거를 갖기 어렵다. 교권을, 교육활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활동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규정할 때, 권한과 권리, 권위는 각각의 자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교권을 보호하는 수단은 구성요소별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는 법령과 제도로 보장하고, 권한은 절차와 책임의 배분으로 명료화하며, 이러한 조건 하에 권위가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개념을 법령에 담는 일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권의 개념과 실행 정도에 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 차이는 각 주체가 학교교육에 대해 서로 다른 신념과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정책적 선언이나 입법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권의 개념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보는 요소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공개적으로 조정하는 숙의의 과정이 제도화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교권에 관한 합의는 학교공동체 회복을 위한 필수 요건임을 인지하고 공론화하는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권리로서의 교권을 구체화하고 보호를 위한 정책적 접근을 차등화해야 한다. 교원의 신분과 사회경제적 우대, 노동에 관한 권리는 보장된다는 인식이 가장 낮게 나타난 영역이다. 무엇을, 왜 보장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권리 인식이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초등학교에서 두드러지는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지원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권을 보호하는 일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조건을 사회가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그 조건이 갖추어질 때, 교사는 전문가로서 판단하고 교육하며, 학생은 배움의 기회를 갖고 성장할 수 있다. 교권이 무엇이며, 어떻게 보호하는 것이 좋을지를 숙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고전(2012). 교권 보호 법제화의 쟁점과 과제. 교육행정학연구, 30(4), 53-72.
곽영우(1985). 교권의 확립과 방향. 한국교원교육연구, 2(2), 47-61.
김문경(2026.7.15.). 교육감들 “정당한 교육, 아동학대 신고되지 않게 법 개정 필요”.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60715170600530
김정래(2014). 권리와 권위의 차원에서 본 교권의 의미. 교육철학, 52, 1-27.
박준희(1983). 사도와 교권의 명암. 광장, 120, 180-188.
이동엽, 김혜진, 허주, 서무계, 이주연, 송효준, 김랑, 임선빈, 장윤선, 김혜영(2024). 미래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권보호 정책 개선 방안(Ⅰ):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교권 실태와 정책 진단. 한국교육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