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고 한다. 교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교육활동에 부담이 크고, 학교의 대처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법과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의 장을 포함한 삶의 현장은 다양한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복잡성을 지닌다. 따라서 특정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현장의 물리적 여건, 의사결정구조와 문화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교권 보호 강화의 배경과 특징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가능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 왔다.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도 명확하게 기술하고, 이에 따라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 구성에서의 권한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책임있는 역할 수행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사의 교육활동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아지고, 학생들의 수업 방해와 학교폭력 등이 증가하면서 보다 촘촘하게 법적, 제도적 조치들을 보완해 왔다.
주목할 것은 프랑스의 교권보호 조치가 공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제정된 신뢰학교법(La loi pour une école de la confiance)은 프랑스가 공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로 공교육의 질 관리와 교원양성과정 개혁에서부터 교사 권리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민원 대상이 된 국가 교육청 직원들을 위한 안내(Guide d’accompagnement des personnels de l’éducation nationale visés par un dépôt de plainte)는 사안에 따라 국가와 교육청, 학교 단위에서 어떻게 교사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수업 방해나 학교폭력,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 상황에서의 학교와 교육청의 조치에서부터 교사가 신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할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고 병가를 내거나 심리 상담 전문가 지원, 법률적, 재정적 지원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프랑스 교권 보호를 위한 주요한 실행 조치
프랑스 교권보호 법안과 제도, 관련 지원책에 대한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프랑스는 교권보호를 위해 교사의 업무 범위와 이에 따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정의하여 구별한다. 이는 교사의 교육활동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경우에는 교사에게 책임과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하여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 간 괴롭힘 등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연락하는 곳은 담임교사가 아니다. 교육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 기관을 통해 대응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만약, 학부모나 학생이 민감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여 학교에 알리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해당 지역 교육청 신고 핫라인이나 전국 번호 3018로 직접 연락이 가능하다. 교사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교육적 해결을 시도하는 경우는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이나 수업 방해 등에 해당될 때다. 이 경우에도 단순한 일회적 학생들의 수업 방해 행위로만 한정된다. 프랑스 교육문화는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교사와 학생, 학생 간 활발한 상호소통이 일상적이지만,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은 매우 엄격하게 대응한다. 만약 해당 학생이 반복적으로 수업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수업방해를 할 경우, 학교 차원에서 직접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수업과 학생지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특정 학생이 학교의 지도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학부모의 동의 없이도 교육감의 결정에 의해 특별반(classe relais)에 배정하여 분리조치해서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반은 책임교사를 별도로 두어 학생들을 특별 지도, 관리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교육문화와 구조에서 학부모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우 예외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프랑스는 학부모의 권한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매우 큰 나라다. 교육과정과 운영 계획은 학년 초 학부모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학교교육 운영과 실행에 대한 참여도 법과 제도로 보장되어 있다. 월반이나 유급을 포함한 자녀의 학업과 진로 등에 대해서도 학교와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을 특별반에 강제 배정하도록 제도화한 것은 학교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프랑스의 강력한 의지를 읽게 한다. 물론 최종결정 전 심리 상담사와 교육부 소속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학교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교육청에서 특별 관리한다. 사안에 따라 해당 학생의 학교 제적 및 동일 지자체 내 다른 학교로의 전학,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하에 타 지자체 학교로의 전학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둘째, 모든 교원은 학급 및 학교 내에서 자신의 권위가 존중받을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급자로부터의 지원과 후원을 받을 권리도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공무원 직무 보호(일명 르 포르 법: loi Le Pors(du 13 juillet 1983 portant droits et obligations des fonctionnaires)에 기초하고 있다. 직무 수행 중 또는 직무와 관련하여 개인적 과실이 없는 한, 폭력, 괴롭힘, 위협, 모욕 또는 모독을 당한 모든 공무원은 행정 당국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교육공무원인 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직무 수행과 분리하여 볼 수 있는 개인적 과실이 없는 한, 누구나 직무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보호는 다양한 형태(소송 비용의 전액 또는 일부 부담, 심리 상담, 법률 지원, 피해 배상 등)로 제공한다.
셋째, 교장의 의무와 권한도 강화하여 법과 제도가 학교현장에서 빠르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직원에 대한 언어적, 신체적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 교장은 반드시 해당 사안을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당사자의 요청이 없어도 학교 구성원 누구나 교장에게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교장이 이를 거부하려면, 서면으로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결정사항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이나 수업 방해 등 문제 학생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간소화하고 강화하여 교장이 단독으로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최소 기간을 3일에서 2일로 단축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징계위원회 소집 예고 기간도 8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학교장이 책임을 지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를 위한 물리적, 정서적 안전망의 정비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교사가 교육활동 과정에서 신체적 또는 언어적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심각한 교사의 권리와 직업적 역할 수행에 대한 침해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법적, 정서적 지원 제도를 촘촘하게 구축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할 경우, 학교장과 교육부 감독관(l’inspecteur de l’éducation nationale:IEN)의 책임하에 의료지원 (du service de médecine de prévention)과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다양한 위기와 문제상황에 처했을 경우 교사는 학교장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지역 교육청을 통해 다양한 지원 및 도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청 단위에서 교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적, 법률적 지원뿐만 아니라 전방위적 교사보호와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통해 교사들의 안전망을 촘촘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교사보호와 교육의 질
프랑스가 공교육의 신뢰회복을 위해 교권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교사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사가 자신의 역할 수행과정에서 책임 영역을 벗어난 부담을 느끼게 되면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사의 책임과 역할의 범위를 분명하게 하고,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이를 구현할 학교구조와 제도, 문화를 만드는 일은 학교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가는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