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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산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생 사회정서교육 2026-10-25 12:19
작성자 Level 10

교실에 스며드는 마음성장 프로젝트의 시작

“선생님,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면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들이 있다. 어떤 일로 큰 갈등을 겪었거나 격한 분노를 터뜨린 학생, 혹은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학생에게 다가가 그 행동의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선생님,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충분히 시간을 두고 호흡을 고른 뒤, 당시의 상황과 그 순간 올라왔던 감정을 차분히 짚어가다 보면 그제야 아이들은 진짜 이야기와 원인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한다. 마음을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혼자 앓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 뒤에는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 유니세프 이노첸티 연구소(UNICEF Innocenti,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기초학력은 비교 대상 40개국 중 1위를 기록했지만, 정신건강은 36개국 중 34위, 삶의 만족도는 36개국 중 30위라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높은 학업 성취가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2025년 통계에서도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3위(인구 10만 명당 7.2명)로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더욱 뼈아픈 것은 학생 자살사안 보고서 군집 분석 연구 등에서 확인되듯,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행동이 없고 위험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잠재형 자살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Lee et al., 2023).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의 약 73%는 사망 전까지 뚜렷한 경고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우울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거나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신체 건강에 대해서는 올바른 건강증진 상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반면, 마음건강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선이 앞선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학교 공동체 전체가 마음건강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마음건강에 관한 교육을 보편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또한 2025학년도부터 사회정서교육의 필수 운영을 도입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도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품어내겠다는 다짐을 담아, ‘마음성장 프로젝트 B30’의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B30, 모든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프로젝트 B30’의 B30은 부산 30만 학생 모두의 마음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마음건강 문제를 일부 고위험군 학생들만의 병리적 부분으로 다루던 관점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마음 근육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첫발을 떼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책을 처음 안내했을 때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와 피로감이 교차했다. “이미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이나 인성교육을 숱하게 하고 있는데, 왜 이름만 바꾼 정책이 또 생기느냐”, “새로운 정책 도입으로 학교에 또 다른 행정적 부담을 지우지 말라”는 목소리였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따라서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을 교사가 교실에서 직접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현장의 부담을 덜고 학교와 발맞추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회정서교육이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 실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문을 두드린 모든 학교와 함께하는 사회정서교육 선도학교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마다 학교가 가장 큰 피로를 느끼는 지점은 계획서 수립과 결과 보고로 이어지는 행정적 부담이다. 이번 선도학교 모집에서는 이러한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 사업 계획서의 완성도를 따져 학교를 선별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사회정서 지원에 뜻을 두고 신청한 학교는 제한 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마음챙김학교’로 동행을 시작했다.

②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는 선도학교 컨설팅

학교를 찾는 컨설팅 구조도 바꾸었다. 지침을 점검하고 미흡한 점을 찾아내는 컨설팅 대신, 교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료 교사들로 ‘사회정서교육 현장지원단’을 꾸렸다. 이들은 학교를 찾아가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선생님, 우리 반에 유독 마음을 닫은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말을 건네면 좋을까요?”라는 막막함을 함께 나누고, 각 학교에서 실천하는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는 따뜻한 나눔의 자리를 만들어 갔다.

③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정서교육 자료 지원

과중한 업무에 놓인 교사들에게 별도의 교재 연구나 수업 자료 제작에 따른 부담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별도의 학습지 제작 과정 없이도 자료를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급별 17차시 분량의 교사용 지도서와 학생 수만큼의 학생용 워크북을 제작하여 선도학교에 보급하였다. 또한 매월 10일을 ‘마음챙김의 날’로 지정하여 학교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정서교육 실천 자료를 매월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④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사회정서교육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학교를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할 때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 사회정서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교육자료를 지원했다. 또한, 매월 마음챙김의 날에 맞추어 가정용 교육자료를 배포해 가정에서도 학교에 맞추어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아가 이러한 배움이 학교와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로 확산될 수 있도록 부산광역시,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3자 협약을 맺어 협력망을 구축했다. 많은 시민이 오가는 지하철 연결 통로에서 청소년의 속마음을 담은 전시를 개최하며 학생들의 마음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원을 이어가며, 부산 전체가 학생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고 함께 지켜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넘어져도 함께 웃을 수 있는 학교를 꿈꾸며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10월에 접어든 지금, 현장에서 조금씩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모든 학교가 단번에 바뀐 것은 아니지만, “사회정서교육 연수를 더 듣고 싶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내년에는 우리 학교도 선도학교에 참여하고 싶다.” 등 현장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전해져 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

사회정서교육은 난해하고 거창한 심리학 이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네가 느끼는 슬픔과 화, 불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것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다루는 건강한 방법이 있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그리고 “네가 흔들릴 때 곁에서 손을 내밀면 기꺼이 잡아줄 친구와 선생님이 늘 여기에 있어.”라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이다. 사실 이러한 보살핌은 우리 공교육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늘 실천해 오던 배움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사회정서교육의 성과는 시험 점수처럼 눈앞에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석차가 매겨지는 것도 아니고, 등급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성과는 분명 아이들의 일상 속에 있다. 굳어 있던 아이가 교실에서 한 번 더 편안하게 웃고, 말문을 닫았던 아이가 선생님과 한 번 더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그 짧은 순간에 사회정서교육의 모든 결실이 담겨 있다.

물론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아이들을 돌보기에 앞서 매일의 교육활동 속에서 지치고 소진되는 교사 자신의 사회정서역량과 마음건강을 회복시키는 일 또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과제다. 조급한 성과주의를 내려놓고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 실패가 두려워 움츠러드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도 교사도 잠시 흔들리고 넘어져도 다시 다정하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부산교육청# 부산교육# 부산사회정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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