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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교육정책의 목표로 삼고, 학생이 거주지와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리 학교(Lähikoulu)’ 원칙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통합(integrated) 및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여겨지며, 기초교육법(Perusopetuslaki)에 명시된 공식 행정 용어이기도 하다(Kokko et al., 2013). 이를 통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학급에서 함께 배우며, 개별적인 필요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교육의 접근성’이란 학습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태도적 접근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회적 지원체계의 구축과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태도를 포함한다.
핀란드에서는 이러한 포용적 교육 기조가 강조되면서 특수교육의 중요성도 확대되었고, 교육단계별로 원활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직업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장애, 발달장애, 자폐 스펙트럼, 다중 장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학생의 역량에 맞춰 학습 목표 및 내용, 평가, 직업 기술 요건 등의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직업교육기관 진학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Aaltonen et al., 2013). 본고에서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가 발행한 직업특수교육 지침서를 중심으로, 교육 운영 현황과 지원책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 특수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핀란드의 직업특수교육의 특징
직업특수교육기관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이들의 평등한 교육 및 생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직업특수교육은 개별 학생의 장애 유형과 정도, 지원 필요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 체계적인 학습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습 지원은 교사, 사회복지 및 보건 전문가와의 다학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며, ‘종합적인 재활 접근방식(Kokonaiskuntoutuksellinen ote)’을 따른다. 이는 학교 수업 외에도 물리치료, 심리상담 등의 재활서비스를 병행하여 장애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Miettinen, 2015).
또한, ‘직업교육에 관한 시행령(Asetus ammatillisesta koulutuksesta, 811/1998)’ 제3조에서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학습 지원 방안
- 기존에 습득한 역량에 대한 인증 절차
- ‘개인별 학습계획(Henkilökohtainen opiskelusuunnitelma, 이하 HOPS)’과 ‘특수교육지원계획(Henkilökohtainen opetuksen järjestämistä koskeva suunnitelma, 이하 HOJKS)’ 수립
HOPS는 직업고등학교 과정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및 진로 상담 과정에서 수립되는 개인 학습 계획서다. 이 계획서는 학생의 전체 학습 경로를 구체화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와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학생의 지원 필요를 파악하여 특수교육 결정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HOPS는 HOJKS 수립의 준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HOJKS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을 위한 개인 맞춤형 교육 계획서로, 학생, 보호자, 교사, 이전 학교 담당자, 복지 전문가가 협력하여 작성한다. 이 계획서에는 학생의 강점, 학습 목표, 직업 역량 요건, 학습 평가 조정 여부, 특수교육 지원 방식(예: 학교 통학서비스, 외부 재활서비스, 보조기기) 등 구체적인 사항이 포함되며, 학생의 상황과 학습 목표에 따라 언제든지 그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Miettinen, 2015). 이처럼 HOPS와 HOJKS는 상호 보완적으로 연계된 학습 지원 도구로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학습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환경에서 성취를 이루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업특수교육 운영의 주요 원칙
핀란드의 직업특수교육에서는 특수교육이 직업교육과 통합된 방식으로 운영되며, 가능한 한 많은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직업교육기관은 다음과 같은 운영 원칙을 따른다.
<표 1> 직업특수교육 운영의 주요 원칙
운영 원칙 | 주요 내용 |
역량 기반 교육 | - 특수교육 대상 학습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으로, 이를 습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 장소, 학습 방식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학생은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환경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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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협력 | - 지자체, 직업교육기관, 기업 간의 협력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취업 가능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지역 단위의 협력 프로젝트, 직업교육 관련 개발 사업, 교사들의 직무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교육과 특수교육 간의 연계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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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력 | - 직업특수교육에서 대응력이란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직무를 발굴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평등권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제도적 변화와 정책 방향에 맞춰 교육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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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일관성 | - 직업 학위 및 자격 체계를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정비하여,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직업교육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학교 단계에서의 진로지도와 직업교육기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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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 - 다양한 학습환경에서 여러 방식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평가방식의 다양화, 학습 경로의 개별화, 유연한 교육과정의 운영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직업교육 준비과정((Ammatilliseen peruskoulutukseen valmentava koulutus)’에서 학위 취득 과정으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학위과정에서 준비과정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취득한 학점이나 자격은 인정되며, 학생 역량에 맞게 교육과정을 조정하여 이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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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Miettinen, 2015) |
직업특수교육의 교육과정
핀란드 직업교육에서는 장애나 질병 등의 사유로 중학교 졸업 후 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업교육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기르고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예는 다음과 같다.
- 직업교육 준비과정(Ammatilliseen peruskoulutukseen valmentava koulutus)
이 과정은 중학교 졸업 후 직업교육으로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과정으로, 학생의 개별 요구를 반영한 유연한 학습 경로에 따라 교육이 진행된다. 학습 기간은 최대 1년이며, 이수를 위해 필요한 역량 점수(osaamispiste)는 총 60점이다. 특수교육을 담당할 법적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기관은 이 과정을 특수교육 형태로 운영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재활서비스 담당 기관과 협력하여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교육적 재활(pedagoginen kuntoutus)에 초점을 맞춰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습 역량을 강화하고, 복지와 참여 기회를 증진하는 다양한 지원 활동을 포함한다(Miettinen, 2015).
- 직업 및 독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 교육(Työhön ja itsenäiseen elämään valmentava koulutus)
특수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이 교육과정은 ‘직업 기초자격(ammatillinen perustutkinto)’ 취득을 목표로 하지 않고, 다른 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이수를 위해서는 총 60점의 역량 점수가 필요하며, 학습 기간은 학생 개인의 목표와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 교육의 목표는 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재활서비스 기관과 협력하여 장애 학생의 종합적인 재활을 촉진하는 것이다. ‘직업 및 독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 교육’은 세 가지 영역의 필수과목과 선택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목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표 2> 직업 및 독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 교육의 구성 요소
필수과목(Pakolliset koulutuksen osat) | 역량 점수 범위(40-60점) |
- 활동 능력 향상(Toimintakyvyn vahvistaminen)
- 신체활동 및 운동능력(Liikunta, liikkuminen ja motoriset taidot)
- 자가 인식 및 사회적 기술(Itsetuntemus ja sosiaaliset taidot)
- 일상생활 기술(Arjen taidot)
- 여가 활동(Vapaa-ajan toiminta)
- 사회 인식 및 시민 기술(Yhteiskuntatietous ja kansalaistaidot)
| 15~25점 |
- 학습 준비 능력 향상(Oppimisvalmiuksien vahvistaminen)
- 학습 능력(Oppimaan oppiminen)
-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기술(Viestintä, vuorovaikutus ja kommunikaatio)
- 정보기술 및 정보 습득 능력(Tietotekniikka ja tiedonhankintataidot)
- 수학 능력(Matematiikan taidot)
| 10~15점 |
- 직업 준비(Työelämään valmentautuminen)
| 15~20점 |
선택과목(Valinnaiset koulutuksen osat) | 0~20점 |
출처: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Miettinen, 2015) |
선택과목은 학생의 진로 역량 향상과 복지 및 재활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에 따라 직장 생활 적응, 취미 활동, 고등학교 과목 또는 향후 교육 계획 등을 돕는 다양한 학습 활동을 포함할 수 있다.
맺음말
핀란드의 직업특수교육은 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직업교육 준비과정’ 또는 ‘직업 및 독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 교육’은 직업 역량뿐만 아니라 복지, 재활, 사회적 자립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장애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진로를 설계하고, 사회에 보다 원활히 적응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학생 중심의 유연한 교육과정, 다학제적 협력 기반의 맞춤형 지원,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하는 핀란드의 직업특수교육 운영 원칙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한국 특수교육 정책의 방향성 정립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