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민주시민교육의 사회적 합의와 교육현장 실천 현황조영주(캐나다통신원)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 하나의 독립된 정책이나 선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시민교육과정, 교육부의 형평성과 포용교육 정책, 원주민 교육정책 및 온타리오 교사협회의 전문지침 등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이들 교육과정과 정책은 학생들이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한편, 학생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공통 원칙을 형성한다. 본고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관련 교육과정 및 정책을 간략히 살펴보고, 토론토교육청 현장학습에서 발생한 실제 갈등 사례와 사후 대응 과정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의 역할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온타리오 교사협회 전문지침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육과정 및 정책가. 10학년 시민교육과정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 필수과목인 ‘민주시민·시민권(Civics and Citizenship)’ 과정은 시민교육을 정치 제도에 관한 지식 전달에 한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현대 사회의 정치적·시민적 쟁점을 탐구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이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능동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세 가지 영역을 통해 교육한다. 먼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존중하며 토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캐나다 민주주의 가치, 신념, 권위와 책임을 학습한다. 또한 연방정부·주정부·지자체 및 원주민 체제의 역할과 시민의 권리 등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하고, 자신이 관심을 가진 시민적 쟁점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행동 계획을 직접 제안하며, 자원봉사 등을 통해 리더십을 함양하는 실천적 활동을 강조한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22). 이 교육과정은 교사가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공식적 근거를 제공한다. 다만,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어느 범위까지 밝힐 수 있는지, 상반된 주장에 동일한 시간을 배분해야 하는지 등 논쟁적 쟁점 수업의 세부적인 교수 원칙까지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나. 형평성과 포용교육 정책온타리오주 교육부의 정책 각서 119호(PPM 119)는 형평성과 포용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실천하기 위한 기본 지침이다. 이 정책은 2009년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상위 정책인 ‘다양성의 약속 실현: 형평성과 포용교육 정책(Realizing the Promise of Diversity: Ontario’s Equity and Inclusive Education Strategy)’을 각 교육청과 학교가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같은 해에 마련되었으며, 이후 2013년에 개정되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13). 이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온타리오 인권 위원회가 교육부에 인권과 형평성의 관점에서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온타리오주는 정책을 만든 이후의 실행 과정에서 사회적 참여를 강조했다. 정책 각서 119호는 각 교육청이 자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학교운영위원회, 원주민 교육 자문기구 및 지역사회와 폭넓게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정책 자체는 교육부가 마련했지만 이를 지역 실정에 맞게 구체화하고 운영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화하였다. 다. 원주민 교육정책온타리오주는 2007년 「원주민 교육정책 프레임워크(Ontario First Nation, Métis, and Inuit Education Policy Framework)」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원주민 학생의 학업 성취 격차 해소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원주민 역사, 문화, 관점 등에 대한 인식 제고를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학생들은 캐나다의 일반적인 정치 체제뿐 아니라 원주민의 통치 구조와 조약 관계, 캐나다 정부와 원주민 간 관계 등 다양한 거버넌스 체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조약이 원주민과 비원주민 모두에게 부여하는 서로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이 공정하게 대변되는지 비판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포용적 시각으로 공동체 사안에 참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능동적인 시민역량을 함양하는 데 기여한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25a). 2. 사회적 갈등 사례: 토론토교육청 현장학습 사건가. 사건의 배경2024년 9월 토론토교육청 소속 여러 학교의 학생들은 ‘그라시 내로우 리버 런(Grassy Narrows River Run)’ 행사에 참여하였다. 이 행사는 장기간 수은 오염 피해를 겪은 원주민 공동체가 수질 개선과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집회와 행진이었다. 토론토교육청은 학생들이 원주민 공동체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해당 공동체가 겪어 온 수은 오염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적 현장학습으로 이 활동을 기획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행사 과정에서 정치적 시위에 참여했거나 노출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부모와 언론, 정치권의 비판이 확산되었다. 나. 토론토교육청과 주정부 대응토론토교육청은 논란이 발생한 다음 날부터 자체 조사에 착수하였다. 또한 현장학습 절차를 검토하고 추가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학생들이 시위·집회·행진에 참여하지 않도록 교육청 산하 모든 학교에 통보했다(Toronto District School Board, 2024). 온타리오주 정부는 인권법과 교육행정 분야의 경험을 갖춘 외부 검토자를 임명하여 토론토교육청의 현장학습 정책과 절차, 실제 운영 실태를 조사하도록 하였다. 또한 학생의 건강·안전을 우선하는 개선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다. 최종보고서 권고사항토론토교육청 현장학습 논란에 관한 최종보고서는 학생들의 정치적 집회 참여와 논쟁적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아래와 같이 제공하였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25). (1) 정치적 집회 참여 및 논쟁적 쟁점 대응- 정체성 폄하 방지 및 사전 심의: 타인의 정체성을 폄하하는 일방적인 정치적 견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학습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논쟁적 주제가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교육청 인권사무소에 의견을 구해야 한다.
- 교육감(superintendent)의 최종 승인 의무화: 기존에는 교장이 대부분의 현장학습을 승인했으나, 논쟁적이거나 대립하는 관점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반드시 담당 교육감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 3단계 대화 절차 구축: 논쟁적인 견해나 차별적 표현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장학습의 경우 사전에 예상되는 견해의 성격에 대해 학생들과 미리 대화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특정 견해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편안함을 수시로 확인하며, 필요시 현장을 떠나는 조치가 포함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견학 후에는 현장에서 경험한 도전적 행동이나 견해에 대해 학생들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 연령 제한 및 안전장치: 대규모 집회의 경우 참여 대상을 6학년 이상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며, 학생들이 단순한 참여자가 되어 타인을 비하하는 발언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최 측과 협력하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 현장학습 운영 및 절차- 통합적 접근 및 일관된 메시지: 5개 이상의 학교가 동일한 행사에 참여할 경우,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현장학습의 목적과 교육과정 연결성 등에 대한 메시지가 일관되게 관리되어야 한다.
- 승인 체크리스트 개발: 현장학습 계획 시 교사와 학교 관리자가 사용할 수 있는 명확한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고, 안전 및 행정 절차를 준수한다.
- 불참 학생을 위한 대안 학습: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대안학습 기회를 반드시 제공한다.
- 학부모 정보 제공 강화: 현장학습 승인 신청서에 기재된 구체적인 교육과정 연계 내용을 학부모 동의서에도 동일하게 포함하여 학부모가 자녀의 학습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3) 역량 강화 및 전문성 개발- 인권 가치 반영: 현장학습 정책을 검토할 때 온타리오주 인권위원회의 인권 기반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 전문성 학습: 교사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 대처법과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현장학습 계획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 원주민 교육센터 역할: 원주민 교육과정과 관련된 현장학습은 도시 원주민 교육센터(Urban Indigenous Centre)가 조율을 담당하여 전문성을 높이도록 한다.
최종 보고서에서는 현장학습이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의 신체적·심리적 안정을 보장하고 인권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교육청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3. 교사를 위한 전문적 지침온타리오 교사협회(Ontario College of Teachers)는 2025년에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기(Addressing Hate and Discrimination)’라는 전문지침(Professional Advisory)을 발표하였다. 참고로, 온타리오 교사협회는 일반적인 교원단체나 노동조합이 아니라 공익과 학생 보호의 관점에서 교사 자격을 인증하고 규제하는 기관이다. 교사협회는 지침의 수립 배경으로 학교와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와 차별 관련 사건이 증가하고, 교사들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보다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Ontario College of Teachers, 2025a). 전문 지침의 준비 과정은 2024년부터 진행되었다. 교사협회는 먼저 다른 전문직 규제기관들이 회원에게 제공하는 관련 전문 지침을 비교·검토하였으며, 초·중등학교에서 발생한 혐오와 차별 사례 등을 분석하였다. 또한 교육자, 연구자, 학생, 지역사회 지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의 경험과 의견을 수렴하여 전문 지침의 방향을 마련하였다(Ontario College of Teachers, 2024). 다만,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명단, 협의 일정과 횟수, 회의 방식, 구체적인 의견 제출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지침은 교사뿐 아니라 교장, 교감 등 모든 교육전문가에게 적용되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Ontario College of Teachers. 2025; Ontario College of Teachers, 2025a). 가. 표현의 자유온타리오 교사협회는 교사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이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교사는 규제기관의 규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교사의 의무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한편, 2023년 온타리오주 상급법원 합의부는 개인이 규제 대상의 전문직에 가입할 때는 표현의 자유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관의 규칙을 따르기로 한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교사협회는 관련 판례를 근거로 교사는 자신의 발언이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과 전문가적 책임감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 조언- 자기 성찰적 개념 틀: 교사는 자신의 정체성, 삶의 경험, 권력과 특권이 일상적 교육 실무와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될지 고민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비판적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 반성 및 조치: 교사는 스스로의 개인적 편견을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고정관념을 피하도록 한다.
- 지속적 학습: 인권 및 차별 관련 법령과 정책을 숙지해야 한다.
다. 실용적 조언혐오 및 차별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는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 - 즉각적 개입: 안전이 확보된다면 혐오 행동을 즉시 중단시키고, 그러한 행동이 왜 부적절한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방관하는 것은 해당 행동을 용납하거나 조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교육적 상황으로 활용: 사건 발생 후 학생들이 성찰할 시간을 주고, 해당 행동이 왜 해롭고 차별적인지 발달단계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 회복적 접근: 피해 학생이나 공동체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사과나 지역사회 봉사 또는 원주민의 치유 서클(Healing Circle)과 같은 회복적 실천을 고려해야 한다.
- 공동체 협력: 학부모, 동료 교사, 학교 관리자 등과 함께 협력하여 일관된 대응 방식을 구축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실시한다.
라. 고려할 기타 요소- 교차성(Intersectionality): 한 개인의 삶은 인종, 성별, 장애 유무, 종교 등 서로 중첩되는 여러 정체성에 의해 형성되며, 이것이 고유한 차별 경험이나 권위 의식을 만들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 권리 상충: 특정 상황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가 서로 충돌할 수 있으며, 이때는 상급 교육관계자나 교사협회의 지침을 구하여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일례로 학교 안전 정책과 종교적 상징물 착용 권리가 충돌한 사례 1) 가 있다.
- 불편한 환경(Poisoned Environments): 특정 개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이 지속되거나 묵인될 경우 구성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 편견과 미세한 차별 행위- 편견: 의도적이고 해로운 의식적 편견과 의도는 없으나 여전히 해를 끼치는 무의식적 편견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 학생이 더 많은 행동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 미세한 차별(Microaggressions): 특정 소외 계층에게 적대적이거나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적인 언어적·비언어적 모욕을 말한다. 특정 성별의 학생 능력을 저평가하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는 즉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외에도 온타리오 교사협회는 가이드라인의 부록편에서 표현의 자유, 정치적 신념 공유,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자료 사용 등을 9가지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구체적 사례로서 다루고 있다(Ontario College of Teachers, 2025). 4. 맺음말온타리오주의 민주시민교육은 교육과정과 교육부 정책, 교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결합하여 교육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0학년 시민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근거와 다양한 관점에 기초하여 탐구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하며, 시민으로서 행동할 역량을 기르도록 한다. 형평성과 포용교육 정책은 논쟁적 수업이 인권과 차별 금지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원주민 교육정책은 원주민의 역사, 조약관계, 환경문제, 정부 책임과 같은 현실을 포함하여 민주시민교육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토론토교육청의 현장학습 사건은 이러한 원칙들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는 사건 이후 이루어진 조사와 외부 검토를 통해 갈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현장학습의 승인과 운영 절차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였다. 이와 함께 온타리오 교사협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교원이 혐오·차별 및 권리 상충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전문적·윤리적 기준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