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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해외교육동향] 시민교육 -영국편2025-09-12 22:56
작성자 Level 10

영국의 시민교육 현황



  영국은 젊은 세대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추도록 시민교육을 국가 교육과정의 핵심 요소로 다루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체계적 시민교육은 시대적 변화와 교육 정책의 흐름 속에서 발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에도 직면해왔다. 본고에서는 영국 시민교육 정책의 수립 과정과 법적 기반을 살펴보고, 최근 정책 및 교육과정의 동향을 분석한다. 또한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을 검토함으로써 영국 시민교육의 현황을 조망하고 그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1. 영국 시민교육 정책 및 교육과정 운영 현황


  가. 시민교육 교육과정 수립 과정 및 법적 기반


  영국의 시민교육은 1998년 발표된 ‘시민교육과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교육(Education for Citizenship and the Teaching of Democracy in Schools)’ 보고서, 통칭 ‘크릭 보고서(Crick Report)’를 통해 현대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당시 노동당 정부는 젊은 세대가 공적 생활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회적 우려에 대응하여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 교수를 중심으로 ‘시민교육 및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교육 자문단(Advisory Group on Citizenship and Teaching of Democracy in Schools)’을 구성하였다. 이 보고서는 시민교육을 영국 교육과정의 필수 요소로 포함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에 따라 2002년부터 중등학교에서 시민교육이 법정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다(Puni & Febrer, 2023).

  시민교육의 핵심 목표는 학생들이 사회에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이해를 함양하는 것이다. 크릭 보고서는 시민교육의 세 가지 주요 요소로 사회적·도덕적 책임감(social and moral responsibility), 공동체 참여(community involvement), 정치적 소양(political literacy)을 제시하였다(QCA, 1998). 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공동체 활동 참여와 정치적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통해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영국 교육부 또한 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주의, 정부, 법의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비판적 사고 및 토론 능력을 함양하여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해야 함을 강조한다(DfE, 2014).

  법적으로 시민교육은 국가 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에 포함되어 있으며, 중등 교육과정인 Key Stage 3(11~14세)와 Key Stage 4(14~16세)에서는 공립학교 학생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반면 초등 교육과정(Key Stage 1, 2)의 시민교육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운영된다(DfE, 2015). 그러나 2010년 이후 아카데미(Academies) 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는 학교가 증가하였고, 정부가 핵심 학업 과목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민교육의 위상은 약화되는 추세를 보여왔다(Puni & Febrer, 2023).

  영국 상원(House of Lords)은 2018년과 2022년에 걸쳐 시민교육의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2018년 상원은 시민권 및 시민참여 위원회(Citizenship and Civic Engagement Committee) 보고서를 통해 시민교육이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2013년 국가 교육과정 개정, 아카데미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시민교육 전문 교사 부족 등을 제시하였다. 위원회는 초등부터 중등까지 시민교육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중등학교에 최소 1명의 훈련된 교사를 배치할 것을 권고하였다(House of Lords Library, 2023).

  2022년 연락 위원회(Liaison Committee)의 후속 보고서에서도 동일한 권고가 재차 제기되었으며, 특히 학교 평가기관인 Ofsted가 시민교육을 개인·사회·건강·경제(PSHE) 교육과 혼동하여 적절하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2023년 4월 상원 토론에서는 PSHE가 ‘나(me)’의 발달에 초점을 둔다면, 시민교육은 ‘우리(we)’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루는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2013년 개정 국가 교육과정의 수정 계획이 없으며, 시민교육 교사 양성 지원금 재도입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시민교육 강화를 둘러싼 정책적 긴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House of Lords Library, 2023).


  나. 시민교육 정책, 시민교육과정 최신 동향


  최근 영국 사회가 겪은 중대한 사회적·정치적 변화는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시민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허위 정보에 대응해 민주적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시민교육에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민교육 협회(Association for Citizenship Teaching, 이하 ACT)’는 2024~2030 전략 계획을 통해 모든 학습자를 위한 고품질의 법정 시민교육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ACT는 기존 핵심 지식에 더해 기후 교육,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 평등과 다양성 등 현대 사회의 핵심 의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과정 개편을 주장한다. 아울러 초등 단계부터 시민교육을 법정 과목으로 지정해 중등 교육과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강조한다(ACT, 2024). ACT는 2002년 영국 중등학교에서 시민교육이 법정 필수 과목으로 도입된다는 발표에 맞춰, 2001년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 경과 시민교육 관련 단체 대표들이 설립한 전문 교원 단체이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시민교육과 민주주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이었으며, 당시 시민교육 도입을 주도했던 전 교육부 장관 데이비드 블런킷(David Blunkett)이 현재 협회장을 맡고 있다(ACT, 2024).



2. 영국 시민교육의 실재


  가. 교과목 주요 내용 및 교수·학습 방법


  영국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된 시민교육의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다(DfE, 2014).


  • 민주주의와 정부: 영국의 정치 체제, 의회, 선거, 정당 등 민주적 통치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배우며, 다른 국가의 통치 형태와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비교·이해한다.

  • 법과 정의: 규칙과 법의 본질, 사법 제도, 경찰과 법원의 역할을 학습하고, 인권과 국제법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 시민의 권리와 책임: 영국 시민으로서 누리는 자유와 권리, 이에 수반되는 책임을 배우며, 자원봉사 등 지역 사회 개선을 위한 참여 방식을 탐구한다.

  • 경제 및 금융: 예산, 신용, 부채, 저축, 연금 등 개인 금융 관리 방법을 배우고, 공공 재정의 운영 원리를 이해한다.

  • 다양성과 정체성: 영국 사회의 국가적·지역적·종교적·민족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의 필요성을 학습한다.


  영국의 시민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며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토론과 숙의(Debate and Deliberation), 학생들이 공동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직접 캠페인을 기획·실행하는 능동적 시민성(Active Citizenship) 프로젝트가 적극 활용된다(Puni & Febrer, 2023). 또한 의회나 법원 방문, 지역 정치인과의 만남과 같은 체험 학습도 중요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포함된다.

  평가는 주로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시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지필 시험과 함께 능동적 시민성 프로젝트 과정이 평가 요소에 포함되었으나, 2015년 GCSE 개혁 이후 프로젝트 기반 평가의 비중은 축소되고 지식 중심 평가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Puni & Febrer, 2023).


  나. 혁신적 교육 사례


  영국의 시민교육 평가는 주로 지필 시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학생 주도성과 지역사회 연계를 강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우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Puni & Febrer, 2023).


  1) 배틀 오브 아이디어스(Battle of Ideas) 프로그램

  런던의 한 중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토론 프로그램 ‘배틀 오브 아이디어스(Battle of Ideas)’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교육, 종교, 사회 문제 등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직접 선정해 토론을 주도한다. 이 행사에는 학부모와 교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 종교 지도자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이 청중으로 참여하여 세대와 배경을 아우르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


  2) 불심건문(Stop and Search) 캠페인

  또 다른 런던의 학교에서는 학교 부적응으로 ‘위험군’에 분류되었던 7명의 학생이 ‘능동적 시민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찰의 불심검문(Stop and Search) 정책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직접 지역 경찰관을 인터뷰하고, 관련 법과 시민의 권리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동료 학생들을 교육했으며, 전교생 앞에서 캠페인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3) 펠텀 컨비닝 파트너십(Feltham Convening Partnership) 여름 연구 프로그램

  런던 펠텀(Feltham) 지역에서는 15명의 중학생이 참여하는 여름 연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 지방정부, 지역사회 단체 간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되며,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주요 문제(예: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직접 연구를 수행한다. 학생들은 멘토의 지원을 받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지역사회에 발표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경험을 쌓는다.



3. 맺음말


  영국의 시민교육은 뚜렷한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법정 과목으로 지정되어 명확한 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공교육 체계 내에서 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며, 비판적 사고와 ‘능동적 시민성’을 강조하는 교수법이 확산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ACT와 같은 전문 교사 공동체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한계도 존재한다. 법정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요 교과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고, 특히 아카데미나 사립학교와 같이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이 높은 학교에서는 시민교육이 소홀히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시민교육을 하나의 ‘교과목’으로 한정하는 방식에서 한계가 발생한다. 시민성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실천 속에서 길러지는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교과목화와 지필고사 중심의 평가로 인해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교육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명확한 교육 내용을 전달하고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데는 용이하지만, 실제적인 시민성을 기르는 데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국의 사례는 시민교육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법적 기반과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 다른 과목에 밀리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어야 하며, 지식 전달을 넘어 실천적 역량을 기르는 본래 목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육정책네트워크-해외교육동향 기획기사/ 이혜지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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