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2

커뮤니티

세미나룸

제목[해외교육동향] 시민교육-프랑스편2025-09-12 23:01
작성자 Level 10

프랑스의 시민교육 현황



  프랑스 교육은 공화정 전환 시기부터 시민 양성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 왔으며, 시민교육은 학교교육 전 과정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프랑스 학교에서 시민교육이 어떻게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교육과정의 다양한 층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프랑스 시민교육 정책 및 교육과정 운영 현황


  가. 프랑스 시민교육과 시민성


  「교육법(Code de l'éducation)」 일반규정 제 L111-1조는 모든 사람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교육을 통해 인격을 발전시키고 학습 수준을 높이며, 사회와 직업생활에 참여하고 시민성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제 L111-2조에서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교양을 습득하며, 직업활동을 준비하고,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돕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랑스 국가교육이 학생을 단순한 학습자가 아니라 시민으로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시민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민교육은 공통교육과정의 다섯 가지 영역1) 중 하나인 ‘인격 및 시민 형성’(La formation de la personne et du citoyen)으로 자리 잡고 있다(MENESR, 2025).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프랑스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가장 이른 시기에 시민교육을 시작하며(Bozec, 2016), 2017년 기준으로 전 교육과정에서 시민교육을 의무교과로 두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European Commission, 2017).

  프랑스 교육과정에서 정의하는 시민성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에 기초한다. 이는 시민혁명 이후 형성된 공화정의 민주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사회 변화에 맞추어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현재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랑스 시민성은 개인의 자율성과 공화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이러한 시민성은 법과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민주적 공간을 형성하는 토론 문화, 다원주의, 윤리적 태도를 중시한다(MENESR, 2024).


  나. 시민교육 관련 법·제도 및 정책 기반


  「교육법」 L121-4-1조는 시민교육과 관련된 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은 “시민교육의 임무 일환으로, 공교육은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책임 있고 자유로운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준비시키며,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원칙과 규율을 인식하도록 한다(Article L121-4-1 du code de l’éducation)”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연계하여 「교육법」 L312-15조는 도덕시민교육(2절 가항에서 후술)에 관한 사항을, 「교육법」 L421-9조는 건강·시민성·환경위원회(2절 라항에서 후술)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학교교육에서 시민교육은 ‘시민교육과정(Parcours citoyen)’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민교육과정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계성을 가지며, 교과·범교과·비교과 활동 전반을 포괄하는 시민성 교육 계획이다(Eduscol, 2025a). 이를 통해 시민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자유와 의무, 책임을 실제로 연습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주요 내용에는 학교 규칙과 법에 대한 민감성 교육, 학교 기관이나 스포츠 활동을 통한 책임감 학습, 학교나 교육청 의사결정 기구에의 참여 등이 포함된다(MENESR, 2016).



2. 프랑스 시민교육 내용과 실행 방식


  교육과정에서 시민교육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째, 도덕시민교육 교과와 같이 시민교육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과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둘째, 범교과 교육을 통해 다양한 교과와 연계하여 실시된다. 셋째, 학교생활 전반에서 학생 참여를 통해 실천적으로 이루어진다.


  가. 도덕시민교육교과 내 시민교육


  프랑스는 2015년 도덕시민교육(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EMC) 교과를 신설하여, 학교급별로 분산되어 있던 시민교육을 단일 교과로 통합하였다. 도덕시민교육은 독립된 교과이지만, 역사-지리(Histoire-géographie) 교과 내에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며, 초등 저학년의 경우 ‘세상에 대한 질문하기’ 교과에서 다루어진다. 시수는 초등학교에서 연간 36시간(주당 1시간)으로, 이 중 30분은 발표와 토론 등 말하기 중심 활동에 배정된다(Eduscol, 2025b).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주당 30분이 편성된다(Eduscol, 2025c; 2025d).

  도덕시민교육 교과는 2018년과 2024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쳤으며, 2024년 개정 교육과정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교과 내용을 정의하고 있다(MENESR, 2024).


  • 가치 및 원칙: 자유, 평등, 박애, 라이씨떼(세속주의)2), 연대, 양성평등, 차별 거부, 인간 존엄성 존중, 법치국가

  • 비판적 이해를 위한 지식: 시민성과 국가 및 유럽 제도, 규율과 법, 국방·안전·국가 회복성, 지속가능발전과 생태 전환, 정보와 미디어

  • 민주적 태도: 타인 존중과 차이 수용, 자기 존중과 자기 통제, 규율과 환경 존중, 시민의식과 공동체 소속감, 사회참여와 책임의식, 개인 활동과 공동 규율 간 조화

  • 역량: 경청과 관찰, 성찰과 사고, 비판적 사고, 감정 표현과 공감, 자율적 학습, 공동 프로젝트 참여와 협력, 갈등 해결 및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 참여


  학년별로 다루어야 할 주요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표> 학년별 도덕시민교육(EMC) 주요 내용

학교급

학년

주요 내용

초등학교

1학년(CP)

자기 인식과 자기 통제공동 규칙과 자율성위생 규칙과 사생활의 필요성공화국 학교의 학생으로 살아가기

2학년(CE1)

타자성 및 사회성공동 규칙과 주도성 발휘공화국의 원칙과 상징 이해

3학년(CE2)

공동선을 위한 참여공화국과 그 운영 방식 학습

4학년(CM1)

시민의식과 시민성존엄성과 평등함께 살아가는 삶

5학년(CM2)

시민성과 국적자유와 기본권모두의 권리 존중세속적(비종교적학교

중학교

1학년(6e)

타인을 대표하고 공익에 봉사하기규칙 준수와 그 목적 이해학교에서의 세속주의(비종교성사례개인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 존중

2학년(5e)

양성평등 실천과 차별 대응연대의 다양한 차원 이해

3학년(4e)

법치국가와 자유민주주의의 틀 수호안전과 국방

4학년(3e)

민주적 운영의 규칙과 주체(여론공동 참여)

고등학교

1학년(2nde)

법치국가에서의 권리와 자유민주적 다원주의 보장자유와 책임정보의 권리와 책임환경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존

2학년(1ère)

사회적 결속공화국의 가치와 원칙공화국과 국민국가 이해

3학년(Terminale)

민주적 토론의 원칙과 장제도 속 심의 과정

* 출처: MENES0R(2024).


  도덕시민교육은 학생들의 실제 경험을 포함한 구체적 사례, 과학·역사·정치 자료에 기반한 학술적 분석,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활용한 상상적 서술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토론과 논증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구술 표현 능력을 기르고, 민주사회 가치와 원칙을 이해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사고력을 함양하도록 한다. 또한 개인 또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과 의견 교환을 촉진하며, 수업을 넘어 학교 전체나 지역 사회의 기관·단체와의 협력으로 확장되는 활동도 장려한다(MENESR, 2024).

  도덕시민교육은 의무과목으로 학기 말 학교 차원의 평가 대상이 되며, 중등학교 단계에서는 졸업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학교에서는 ‘브르베(Brevet, 중학교 졸업자격시험)’ 최종 시험에 포함되며, 고등학교에서는 일반계 및 기술계3)의 ‘바깔로레아(Baccalauréat,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 점수에 반영된다.


  나. 범교과 교육을 통한 시민교육


  프랑스에서 시민교육은 교육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며, 공화국의 가치와 라이씨떼(세속주의) 전승, 양성평등과 상호 존중,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한 대응, 인종차별주의와 유대인 차별 예방 및 대응, 학교폭력 예방, 동성애 혐오 대응, 환경 및 지속가능발전 교육, 미디어 및 정보 교육, 국방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모든 교과와 교육 영역에서 실현될 수 있다(Eduscol, 2025a).

  최근에는 범교과 영역 가운데 미디어 및 정보 교육(EMI), 지속가능발전교육(EDD), 정서·관계·성교육과의 연계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학습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과 간 협력이 권장되고 있는데, 미디어 및 정보 교육에서는 사서교사가,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는 역사·지리와 생명·지구과학 교과가 중심이 되며,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철학과 경제 등 다양한 교과가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MENESR, 2024).


  다. 학교생활 내 학생 참여


  프랑스 학교에서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대표적 사례로는 학급대표 제도가 있다. 학급별로 두 명의 정대표와 두 명의 부대표를 선출하며, 이들은 학급 학생들을 대표해 의견과 제안을 모으고, 학급위원회4)에서 이를 전달하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급대표가 모이는 학급대표회의가 연 2회 이상 개최된다(Service public, 2024).

  또한 프랑스에서는 학급 생태대표(éco-délégués)5) 제도를 운영한다. 학급대표와 마찬가지로 학년 초에 선출되며, 중·고등학교에서는 의무이고 초등학교 고학년(4·5학년)에서는 희망할 경우 선출이 가능하다. 생태대표는 학교 내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실천 활동을 주도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MENJ & Eduscol, 2022).


  라. 사회적 합의와 협의체 운영 사례


  프랑스 학교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협의체가 운영되며, 그중 시민교육과 관련된 대표적인 기구로 ‘건강·시민·환경 교육 위원회(Comité d’éducation à la santé, à la citoyenneté et à l’environnement)’가 있다. 이 위원회는 학교 내 해당 주제와 관련된 교육 문제를 논의하고, 학교 차원의 교육활동이나 프로젝트를 결정·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회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행정실장, 학생생활담당교사, 교원 대표, 지자체 대표, 민간 전문가, 학교간호사, 사회보조사 등으로 구성된다(IH2EF, 2025).



3. 맺음말


  프랑스의 교육은 공화국의 가치와 시민성을 명확히 제시하며, 학생들이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1789년 시민혁명 이후 형성된 역사적·사회적 성과에 기반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시민교육은 필수 교과인 도덕·시민교육(EMC)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미디어·정보교육(EMI),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EDD)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여 교과 간 경계를 넘어서는 전인적 교육으로 확장된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교육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고 이를 실천하는 교육을 받는다.




1) ‘지식·역량·문화 공통과정(Socle commun de connaissances, de compétences et de culture)’은 6세부터 15세까지의 의무교육(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을 의미함. 이외 네 영역은 ① 사고와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② 학습 방법과 도구, ③ 자연과 기술 체계, ④ 세계의 표현과 인간 활동임.

2) ‘라이씨떼(Laïcité)’는 종교나 신념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함. 이는 교회와 국가 분리 법을 통해 교육을 교회의 영향에서 벗어나 공화국 체제 안에서 확립한 데서 기원함. 2010년대 중반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가 프랑스, 특히 교육계를 위협하면서 이를 수호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다시 강조되고 있음.

3) 프랑스 고등학교 과정은 일반계·기술계·전문계로 구분되며, 도덕시민교육은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개설되지 않음.

4) ‘학급위원회(Conseil de classe)’는 분기별로(연 2~3회) 열리며, 학생의 생활과 학업 전반(진급, 유급 등)을 논의함.

5) 생태대표 활동의 주요 주제는 음식물 쓰레기 절감, 쓰레기·플라스틱 감소,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전자기기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 완화, 연대활동, 학교 내 자연 공간 조성 등임.




<교육정책네트워크-해외교육동향 기획기사-김현경 프랑스 통신원>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