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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포럼 (2025년9월호)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2025-09-27 19:26
작성자 Level 10

새 정부 교육정책에 바란다: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발행일
2025.09.17
필자
김병찬
소속
경희대학교 교수

 




  근 교사들의 교직 이탈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특히 젊은 교사들의 이탈률은 더 가파르다(교육부, 2025). 그리고 전반적인 교직 만족도도 크게 하락하였고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비율도 점점 더 높아져 2025년도 한 조사에서는 초등교사의 42%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을 희망한다고 응답하기도 하였다(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2025). 이런 상황에서 교원양성기관의 우수 학생 지원율이 낮아졌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도 떨어졌다(경향신문, 2025.4.7). 현직에 있는 교사들은 교직을 떠나고 싶어 하고 우수한 자원은 교직을 기피하고 있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러한 교직의 위기는 단지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교육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어느 국가든 국가의 미래는 그 나라 교육에 달려있다그리고 그 나라 교육은 그 나라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그동안 한국 발전의 원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교육이었고그 바탕에는 우수하고 헌신적인 교사들이 있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우수한 자원들이 교직을 기피하고 있고학교 현장의 교원들은 교직을 떠날 마음이 커져 교직에 대한 헌신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만약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우수하고 헌신적인 교사를 잃게 될 것이고이는 결국 한국 교육을 이끌어 온 한 축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교육이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아무리 AI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 나라 교육의 질은 그 나라 교사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교직 위기 문제 현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한국 교직 위기의 원인은 너무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어단순한 진단이나 처방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교직 위기는 단순히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경고들이 있어 왔고 그때마다 해결책을 내놓았지만(김은주, 2018; 조기성정상우, 2016; 박남기 외, 2023),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문제만 더 쌓이고 심화되어 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박선형 외, 2023; 장영수, 2023).

 

   교직은 왜 이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다루기 힘든 학생의 증가아동복지법을 포함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법률의 제정이러한 요인들이 종합하여 나타난 교권의 추락 등이 교직 위기를 만들어 냈다(강영연 외, 2025; 김종우 외, 2023).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의욕을 떨어뜨려 교직 위기를 불러온 것은 분명하다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피상적 요인에 불과하고 더 근본적인 요인들이 있다앞에서 언급한 것들은 어떤 면에서는 교직 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교직 위기의 겉모습이다그렇다면 무엇이 교직 위기의 근본 원인일까?

 

   첫째교사 존중 풍토나 문화가 약해졌기 때문이다전통적으로 군사부일체라고 하여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가 한국 사회의 한 기반이었는데(이돈희, 1981) 전통적 의식의 토대가 현대 사회에 와서 약해져 버렸다이는 전통이나 권위조직보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 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김병희, 2008). 이러한 인식의 흐름에 따라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의 교육이나 사회 공동체보다 내 아이가 위축되지 않고 기죽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교사나 사회보다 내 아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거슬리는 교사의 행동이나 말은 맥락과 상관없이 신고의 대상이고 소송의 대상이 된다이와 같이 사회 전반적인 교사 존중 풍토나 문화의 약화가 교직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이다.

 

   둘째교육의 개념이 왜곡되어 버렸기 때문이다교육은 본래(), (), ()가 조화를 이루는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다(송영명 외, 2025). 아이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교사에게 혼나는 것도때로는 회초리를 맞는 것도 필요하다고 받아들였다그런데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전인적 성장으로서의 교육은 퇴색하고 사회적 지위 획득의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주류가 되었다전인적 성장으로서의 교육은 허울뿐인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하고실제적으로는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해즉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또는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오늘날 교육의 중심이 되어버렸다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학부모에게 아이를 전인적으로 성장시켜 주는 스승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따라서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데좋은 직장을 갖는 데 거리낌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은 교사라면 단호하게 따지고고소고발까지 한다왜곡된 교육 개념의 일상화는 교사를 수단시하고 평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데바로 교직 위기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셋째과도한 경쟁교육의 틀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모두 치열한 경쟁 구도이다이러한 경쟁 시스템에서는 함께 가는 교육보다는 남을 이기고 앞서가는 교육이 중심을 잡게 된다내신에서도 앞서가야 하고수능에서도 앞서야만 치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승자가 된다이 틈을 사교육 시장이 파고들어 경쟁을 가속화시키고이제는 통제가 어려운 정도로까지 세력화되었다(강영연 외, 2025).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는 공교육이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하더라도 내 아이가 앞서가기 위해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공교육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존중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 아이가 경쟁교육에서 앞서가야 하는데학교 교사가 내 아이의 기를 꺾거나 정서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이런 상황에서 아동복지법과 같이 언제든 교사를 고소할 수 없는 법이 생겨나니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사를 고소한다그 사안이 고소할 만한 사안인지 아닌지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내 아이의 정서나 감정을 건드린 그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교사 존중 풍토나 문화의 약화교육 개념의 왜곡과도한 경쟁교육의 틀 모두 그 뿌리는 다른데 동시에 함께 얽혀 나타나면서 교직 위기를 증폭시켰다그래서 문제가 중충화복합화되어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이나 대안 없이 내놓는 그 어떤 개선방안도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교직 위기는 한국 교육의 뚝이 무너져 내리는 전조이기 때문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정부당국전문가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여기서는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에서 해결 방향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미시적인 차원에서 첫째대원칙으로 교사들이 온전하게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면 그 어떤 교육적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따라서 개선의 출발은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박남기 외, 2023).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할 때 교육부교육청에서 주도하지 말고 교사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지금까지 교육부나 교육청이 주도해서 여건과 방안을 마련했지만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박선형 외, 2023; 장영수, 2023). 교사들이 스스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고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사들의 필요나 요구를 적극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은 누구보다도 교사들이 잘 알고 있다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요구에 교육부나 교육청은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지원해 주어야 한다행정업무와 잡무가 과다하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줄여 주거나 지원 인력을 확충해 주어야 하고교육시설이나 여건의 문제라면 이를 개선해 주어야 하며학부모 민원이 문제라면 교육부나 교육청이 민원을 적극막아주어야 한다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자 하는 데에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다루기 힘든 아이들 등도 분명히 중요한 원인이다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교사들이 교직활동 수행을 통해 보람과 가치를 상실해 가기 때문이다따라서 교직 위기 극복 방향은 교사들이 보람과 가치를 느끼며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째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법령 등을 폐지해야 한다특히 아동복지법 등의 교사 적용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아동복지법 등에서 교사 적용의 가장 큰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이나 학부모의 고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경계심으로 교육활동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게 하며 적당히’ 교육활동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이명주, 2017; 장영수, 2023). 적당히 수행한다는 것은 적당히 교육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교사들이 열과 성을 다해도 부족한 것이 교육인데적당히 포기한다는 것은 교육을 망치는 길이다그런데 지금은 교사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열과 성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포기한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놓치게 하며엄청난 교육적 손실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교육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따라서 전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아동복지법 등을 교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즉시 폐지해야 한다극소수 일부 교사들의 일탈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 전체 교사를 옥죄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아동복지법 등의 교사 적용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학부모들이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미 학교 현장에는 일탈 교사에 대한 처벌 규정은 충분히 있다.

 

   교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거시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첫째경쟁교육의 틀을 완화해야 한다학부모나 학생 모두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는 경쟁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고공교육이 설 자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교사에 대한 판단 기준도 경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느냐되지 않느냐가 되어버린다그러나 교육은 본래 경쟁이 아니라 공유공생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르침이다극단적 이기주의자를 양산하는 경쟁교육의 틀을 빨리 깨야 한다교육목표에 대한 재정립평가 제도의 개선입시제도의 개선 등 교육시스템의 총체적인 재구축을 통해 과열된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그런데 과도한 경쟁교육의 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따라서 사회적 격차나 차별의 해소두터운 복지제도의 구축장인정신의 장려 등 경쟁을 완화시킬 사회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강영연 외, 2025). 오늘날 한국의 교사는 교육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뒤틀린 사회 시스템의 결과물이자 희생물이다교직 위기의 극복은 단지 몇 가지 법령을 만들거나 제도를 만들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 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너무 큰 문제이다.


   둘째거시적 차원에서 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국민적 대타협이 필요하다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교육관이 되어버린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관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교육관을 재정립해야 한다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한 경쟁교육과 사교육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고 교육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지금보다 더 가혹해질 수밖에 없다그리고 교육관에 대한 대전환 없이는 그 어떤 교육 대안이나 개선책도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모든 교육개혁의 출발은 온 국민들의 교육관 대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아이의 전인적 성장으로서의 교육상생으로서의 교육관이 정립될 때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런데 이 일은 어느 한 집단이 주도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우선은 국가가 발판을 잘 마련하고 전 국민이 대타협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들을 잘 마련하여 전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토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이를 토대로 교육의 본질과 목적방향을 재정립하여 새로운 교육 체제와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인 로드맵 가운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정상적인 교육 체제가 구축될 때 교사들도 정상적으로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고아이들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학부모와 국민도 교육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다지금의 교육 체제는 정상이 아니다교육의 개념과 목적부터 바르게 정립하는 정상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도 우수한 교사가 필요하지만인구절벽기후위기, AI시대 등 앞으로 전개될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우수한 교사가 더욱 필요하다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더욱더 우수한 교사를 확보해야 하고 교사들이 온전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우수한 인재들이 교직 지원을 기피하고 있고 우수한 현장의 교사들마저 교직을 떠나려 하고 있다만약 지금 무너지고 있는 이 둑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시간이 많지 않다새 정부는 반드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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