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포럼 통권 제397호(2026년 7월호) · 현안문제진단
교실 속 이주배경학생: 현장 교사가 보는 공존의 과제
서현원 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
이주배경학생 20만 명 시대, 학교 현장에서 시작된 질문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 수는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했다(교육부, 2025a). 이제 이주배경학생은 일부 학교나 특정 지역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공교육 현장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일상적인 구성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학교가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필자가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A학교는 대도시 구도심에 있는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였다.1) 전교생이 20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로,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6%를 넘었다. 학생들의 언어적·문화적 배경은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페루, 네팔, 북한 등으로 다양했고 그들의 삶은 다채로웠다. A학교에서 필자는 담임교사, 한국어학급 업무 담당자, 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며 학생 지원과 학교 운영을 함께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모든 학생이 함께 공존하고 성장하는 일은 교실에서 시작되지만, 이를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체제와 정책 지원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실에서 시작된 공존, 이어지는 학생들의 연대
필자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학급은 17명 중 6명이 이주배경학생이었다. 어느 날,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를 주제로 수업하던 중이었다. 한 학생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B는 한국 사람이 아니잖아. 중국인이잖아."
필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고, 혹여 B가 상처받지 않을까 우려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런데 B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응! 나는 중국인이야. 엄마랑 아빠도 중국인이야. 5살에 한국에 왔어. 그리고 한국에서 자랐으니까 한국인이야."
자신을 중국인이자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B의 태도를 보며, 필자도 B의 국적이 아닌 성장 배경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럼, B는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살아봤으니, 두 나라의 말과 문화도 잘 알겠네."
"네, 저는 중국어도 조금 할 수 있어요. 你好。我是一名学生。"
이내 아이들 사이에서 "B는 중국어도 할 수 있어서 좋겠다", "중국인·한국인이라니, 부럽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어린 학생들이 친구의 이주배경을 특별하거나 낯선 것으로 여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B를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라는 범주보다 함께 배우는 친구로 인식했고, 두 언어와 두 문화를 경험한 배경을 부족함이 아닌 강점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심양섭(2025)이 제안한 것처럼, 이주배경학생을 한국어가 부족한 '결핍(Deficit)'의 대상이 아니라 이중언어와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지닌 '자산(Asset)'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교실에서 확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한 학급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A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급에서 이와 비슷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거나 서툰 전학생이 오면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가 없어도 먼저 다가가 학교 곳곳을 안내하고, 교과서 페이지를 찾아주거나 수업 활동을 도왔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통역을 자처했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어울리며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이러한 모습은 공존이 교사의 지시나 일회성 행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일상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학교 문화 속에서 형성됨을 보여준다. 이는 강남욱(2025)이 제안한 '다중언어 공간'의 의미를 학교의 일상에서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학습과 관계 맺기의 자원으로 활용될 때, 학교는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존중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공존은 결국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의 다름을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배우는 학교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공존을 지속시키는 힘, 협력 체계
학생들이 교실에서 만든 공존의 문화가 안정적인 배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A학교는 교육청의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지원 정책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먼저, '한국어학급' 운영 지원 정책에 따라 이주배경학생들은 주당 10시간 내외의 수준별 한국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A학교는 한국어 강사, 담임교사, 상담교사, 교육복지사, 학교 관리자 등이 함께하는 '한국어학급 운영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여 학생 지원 현황을 공유하고 교육 방향을 함께 논의하였다. 또한 한국어학급 수업을 학부모와 교원에게 공개하여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협력을 높였고, 방학 중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모두의 한국어' 플랫폼을 활용하여 자기주도적 가정 연계 학습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처럼 한국어교육은 학교 안팎의 협력적 지원 체계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학교의 노력은 교육청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더욱 확장되었다. 교육청이 주관하는 지역 네트워크 협의회를 통해 인근 도서관의 '다국어 순회문고'를 지원받았다. 영어,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우르두어 등 학생들의 제1언어로 발간된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자, 한 학생은 중국어책을 찾아 읽고 매주 빌려 가곤 했다. 자신의 언어로 쓰인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경험은 학생들의 제1언어 발달과 정체성을 키우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또한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보유한 교육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력 모델이 학교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협력적 지원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학교의 교장과 교감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주관하는 다문화 이해 및 이주배경학생 지원 연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였고, 이후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도 이주배경학생의 단순한 한국 사회 적응을 넘어 학생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존으로 확장되었다. 공존은 결국 좋은 교사 한 사람의 헌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 관리자가 다양성에 대한 교육철학을 학교 비전으로 공유하고,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이를 함께 뒷받침할 때 비로소 공존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학교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
A학교는 공존의 문화를 학교 전반으로 확산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도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공존을 지탱하는 학교 기반은 점차 약화하고 있다. 현행 행정 기준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급 수와 정규 교직원도 함께 감축되기 때문이다.
A학교는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이자 교육균형발전교로서 학습지원대상학생과 교육복지대상학생의 비율이 모두 30%를 웃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목적사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예산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행정실 주무관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학생들의 삶을 밀착 지원하는 교육복지사의 배정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부족한 인력은 사업 예산을 활용한 계약 인력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채용과 운영, 협업을 위한 새로운 행정 업무는 다시 학교와 교사의 몫이 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더욱 다양하고 세밀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학교의 인적 기반은 오히려 축소되는 구조적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A학교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연수에 참여하고 연구회를 조직하는 등 전문성을 키우고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습지원대상학생 지도, 다국어 학부모 상담, 다양한 목적사업 운영 등 늘어나는 업무는 여전히 현장 교사들이 감당하고 있다. 공존은 교사의 헌신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을 이해하고 협력적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전문성을 개발하고 학생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과 안정적인 인력 지원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공존의 지속 가능성은 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 체계 위에서 완성된다.
공존을 위한 정책적 제언
이주배경학생 교육은 더 이상 일부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공교육이 함께 준비해야 할 보편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제 정책의 초점도 학생 개인의 적응 지원을 넘어, 학교가 공존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OECD(2018) 역시 이주배경학생이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포용적인 학교 문화와 지속적인 지원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학교의 교육적 여건과 지원 수요를 반영한 유연한 인력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며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학생 지도와 협력적 교육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공존은 교육공동체의 작은 배려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학교 문화로 지속시키는 힘은 교사와 학교를 뒷받침하는 정책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학교가 공존의 힘을 꾸준히 키워 갈 수 있도록 학교의 교육적 여건과 지원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