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학부모의 역할 변화
학교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은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라 변천과정을 거쳐 왔다. 먼저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1946년~1995년)에는 학교교육 확대로 인한 교육재정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학부모의 재정적 후원 기능 역할이 강조되었다. 가령, 학교별 후원회(1946년~1952년), 사친회(1953년~1962년), 기성회(1963년~1970년), 육성회(1970년~1995년) 등 학부모 조직 운영이 그것이다. 한편 1963년 새마을 어머니회 설립 등을 시작으로 학부모회를 통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시작되었으며, 1995년 5․31 교육개혁 방안에 따라 단위학교별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위원 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학부모의 학교 참여의 법제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또한 2000년부터는 자녀교육 정보 제공 및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학부모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에 대한 교육현장의 인식 제고 및 종합적 지원 방안1)이 최초로 수립된 바 있으며, 당시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 기조에 따라서 교육고객으로서 학부모의 참여 확대와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 제고 방안이 모색된 바 있다.
2024년 1월, 교육부의 학부모정책과 신설을 계기로 그간의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학부모정책 수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정책 환경 변화는 첫째, 영유아교육보육통합으로 기존에 초·중·고 단계 학부모에서 영·유아단계 부모까지 학부모에 포함되어 학부모교육 대상이 확대되고 둘째, 다문화·조손·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태의 다양화로 기존의 부모 중심 교육 및 소통에서 다양한 가정맞춤형 교육 및 소통으로 학부모교육의 대상 및 영역이 확대된 것과 셋째, 디지털 혁신으로 기존의 대면중심 학부모 정책에서 플랫폼 등 온라인교육 및 소통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등이다2).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에 더하여 최근에는 교육자치 및 학교자치 확대는 물론 방과후돌봄 및 교육복지,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대안학교 등을 통해서 교육공동체의 한 주체로서의 학부모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3)4)이 사실이다. 기존에는 학교교육의 수요자로서 학부모의 참여가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가정교육의 공급자이자 학교교육의 협력자로서 더 나아가서 학교교육 발전의 주체로서 학부모의 역할과 책무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 참여 및 성장을 위한 학부모정책에 대한 요구
우리나라의 학부모정책은 학부모가 학교와 건강한 교육적 동반 관계를 형성하여,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학생 성장 및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실제적으로 학부모정책 사업 및 제도 등이 학부모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인 학생 성장과 학교교육 발전으로 수렴되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에 교육공동체 혹은 교육의 3주체로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간의 존중 및 신뢰와 협력을 강조하였으나, 학부모에 대한 교육주체로서의 역할 정립 및 정책적 관심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5).
학부모정책의 주요 내용은 학부모교육과 학부모 학교 참여, 그리고 학부모 지원 기반 조성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 중에 학부모교육은 부모교육으로서의 학부모교육, 평생교육으로서의 학부모교육, 학부모 학교 참여로서의 학부모교육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동시에 가정·학교·지역사회 영역에서의 세 관점(부모교육·학교 참여·평생교육)이 통합되는 독자적 영역이다6). 특히, 학부모교육은 가정과 학교의 협력이 중요하며 학교교육을 통한 자녀의 학업성취와 공교육의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 주체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개념이다. 학부모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의 교육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부모 자신의 자기실현도 포함하며, 자녀교육 이해 및 학부모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학부모교육은 교육기부, 학부모-학교 소통과 함께 학부모 학교 참여 정책의 한 유형으로 학교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교육주체이자 동반자로서의 학부모 역할을 위한 학부모정책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의 증가는 가정의 교육기능 약화에 따른 우려와 동시에 학부모 학교 참여의 긍정적 성과에 기인한다. 가령, 학부모교육 등 학부모 학교 참여는 자녀의 학업성취,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학부모교육이 학부모의 자녀교육과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궁극적으로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이나 학생지도에 긍정적으로 연계된다는 것 등이다. 한편으로는 학부모정책 차원에서 학부모의 자녀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서 자녀교육 지도, 학교교육 및 교육정책 이해와 관련한 학부모교육이 실시되어 왔으나 자녀의 성장단계를 고려한 생애주기별 학부모교육과정의 부재, 다양한 가정형태의 맞춤형 접근 부족 등 다변화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학부모교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학부모교육과 밀접하게 관련된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대한 교원·학부모의 협력과 소통이 부족하고 일하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 및 학부모교육의 참여 여건이 미흡한 점 등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학부모정책의 방향과 과제: 학생 성장을 위한 교육주체 간 소통과 협력
교육부(2024)는 『모든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학부모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였다. 주요 골자는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 인식을 제고하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 및 학부모교육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학부모정책의 목표를 “가정과 학교의 협력·소통을 통한 학생의 건강한 성장 실현”에 두고 대내외적 정책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다. 학부모정책에 관한 공감대 형성과 교육 3주체 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소통 플랫폼인 「함께학교(www.togetherschool.go.kr)」와 ‘함께 차담회’를 운영하는 등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소통 기회를 마련한 것은 기존의 학부모정책과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 밖에도 학부모의 자녀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온라인 학부모교육을 개편하는 한편 학부모상담을 체계화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부모의 건전한 학교 참여를 위해서 교원연수와 학부모 리더 교육 등 교원과 학부모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학부모정책은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주체 간의 소통과 협력이라는 일관된 정책목표를 토대로 정책 공감대 형성을 해 나가고 있다. 그 여정은 다소 험난할지라도 근거법령을 마련하고 행·재정적 학부모 지원체계를 정비하여 내실 있는 학부모정책이 추진된다면 가정과 학교가 행복하게 동행하면서 우리의 학생들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육공동체가 실현될 것이다.